[신달자] 백치애인
author 미랑 date 2003-11-17 hit 78 HIT
나에겐 백치 애인이 있다.
그 바보의 됨됨이가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를, 그리워하는지를 그는 모른다.
별볼일 없이 우연히, 정말이지 우연히 저를 만나게 될까봐서 길거리의 한 모퉁이를 지켜서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제 단골 다방에서 다방문이 열릴때마다 불길같은 애수의 눈을 쏟고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길거리에서 백화점에서 또는 버스 속에서 시장에서, 행여 어떤 곳에도 네가 나타날 수 있으리라는 착각에
긴장된 얼굴을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이 안타까움을 그는 모른다.
밤이면 밤마다 네게 줄 편지를 쓰고 또 쓰면서 결코 부치지 못하는 이 어리석음을 그는 모른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 있어선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장님이며,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이며,
내게 한 마디 말도 해 오지 않으니 그는 벙어리이다.
바보 애인아. 너는 나를 떠난 그 어디서나 총명하고 과감하면서, 내게 와서 너는 백치가 되고 바보가 되는가.
그러나 나는 백치인 너를 사랑하며 바보인 너를 좋아한다.
우리가 불로 만나 타오를 수 없고 물로 만나 합쳐 흐를 수 없을 때, 너는 차라리 백치임이 다행이었을 것이다.
너는 그것을 알 것이다.
바보 애인아. 너는 그 허허로은 결과를 알고 먼저 네 마음을 돌처럼 굳혔는가.
그 돌같은 침묵 속으로 네 감정을 가두어두면서 스스로 너는 백치가 되어서 사랑을 영원하게 하는가.
바보 애인아. 세상은 날로 적막하여 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큰 과업처럼 야단스럽고
또한 그처럼도 못하는 자는 절로 바보가 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그래, 바보가 되자.
바보인 너를 내가 사랑하고 백치인 네 영혼에 나를 묻으리라.
바보 애인아. 거듭 부르는 나의 백치 애인아.
잠에 빠지고 그 마지막 순간에 너를 부르며 잠에서 깬 그 첫 여명의 밝음을 비벼집고 너의 환상을 쫓는 것을 너는 모른다.
너는 너무 모른다. 정말이지 너는 바보, 백치인가.
그대 백치이다. 우리는 바보가 되자.
이세상에 아주 제일가는 바보가 되어서 모르는 척하며 살자.
기억속의 사람은 되지말며 잊혀진 사람도 되지말며 이렇게 모르는 척 살아가자. 우리가 언제 악수를 나누었으며
우리가 언제 마주앉아 차를 마셨던가.
길을 걷다가 어깨를 부딪고 지나가는 아무 상관없는 그런 관계에선 우리에게 결코 이별은 오지 않을 것이다.
너는 나의 애인이다.
백치 애인이다.
목록보기
86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2004-04-24 147
85  미소  2004-04-23 122
84  이런 사람과 사랑하기를...  2004-04-22 157
83  [류시화] 거리에서  2004-04-22 142
82  [강해산] 겨울바다  2004-04-22 171
81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수 만 있다면..  2004-04-22 136
80  [서정윤] 너를 사랑해  2004-04-22 163
79  신기한 그림...  2004-04-21 102
78  미국인 본 한글이란...  2004-03-06 188
77  인생은 자전거 타기  2003-12-29 173
76  물의 가르침 5가지  2003-12-29 171
75  Life is..  2003-12-14 227
74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  2003-12-07 202
73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2003-12-07 198
72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2003-12-07 176
71  야생초 같은 사랑 하세요  2003-12-06 162
70  이런 사람이고 싶다  2003-12-06 166
69  당신이 옆에 있어  2003-12-06 171
68  당신을 사랑 합니다....  2003-12-06 162
67  내마음에 무지개  2003-12-04 112
1 2 3 4 5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