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거리에서

미랑 · 2004-04-22 04: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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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 류시화

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도시 한복판에서 모두가 타인인 곳에서
지하도 난간 옆에 새처럼 쭈그리고 앉아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아무도 그 남자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아마도 그 눈물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한 세기가 저물고 한 세기가 시작되는 곳에서
모두가 타인일 수 밖에 없는 곳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신이 눈을 만들고 인간이 눈물을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나는 다만.. 그에게
무언의 말을 전할 수 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눈물이라고..